이 글을 나의 벗 이찬영에게 바친다.

이 글은 본인이 생각한 산나비의 떡밥과 미장센에 대해 적는 글이다.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절대 정답이 아니다.
그러므로 반박 시 니말이 맞다.(아마도)
사실 감상평에 가깝다. 어떤 식으로 적으면 노출이 잘될까 고민하다가 있어 보이는 키워드를 다 제목에 박아 넣었다.
하지만 본인처럼 산나비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데 정보가 없어서 허우적대는 분이라면 환영한다.
나의 글이 여러분과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스포주의
만약 산나비를 아직 하지 않았거나 할 예정이거나 추후에 라도 하지 않을 사람들은 읽지 않는 걸 권장한다.
전자는 스포방지고 후자는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산나비는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내용을 이미 알고 게임을 진행한다면
초회차 산나비가 당신에게 주는 아름다운 경험을
당신의 머리가 깨져서 기억을 상실하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느낄 수 없게 저주에 걸리게 된다.
그러니깐 제발 엔딩을 보고 와라 제발
시작해 보자...
산나비
게임 "산나비"에서 산나비라는 단어에 대해서.

산나비.
그렇다 이 게임의 타이틀명이다.
이 "산나비"라는 단어는 이 게임에서 굉장히 중복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1.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수의 대상.
2. 프로젝트의 이름.
3. 하모니카 연주곡의 이름.
등등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아주 작은 단서들을 가진 채로 얽히고설켜 연관되고
이것들이 "산나비"라는 거대한 개념을 만들어 낸다.
맥거핀 MacGuffin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수의 대상 "산나비"
이때의 산나비는 사실 맥거핀이라고 생각했다.
만화 "원피스"의 '원피스'같이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산나비가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마리와의 여정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말 그대로 맥거핀인 줄 알았으나
"산나비"는 스토리의 판도를 뒤집는 가장 중요한 반전 카드였다.
무의식에 뿌리 박힌 기억.
잊으면 안 되는 무언가.
1. 정체를 알 수 없는 복수의 대상.
2. 프로젝트의 이름.
3. 하모니카 연주곡의 이름.
게임 내에서는 위와 같이 산나비를 같은 이름으로 비슷한 듯 다른 개념에 대입하여 사용하지만
근본은 동일하다.
그러니깐 출발점은 하나다.
무의식에 뿌리 박힌 기억.
잊으면 안 되는 무언가.
우리는 이 근원을 잊으면 안 된다.
산나비라는 개념의 출발은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이다.
이것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건 조금 뒤에서 알아보자.
사실 산나비는 게임 내내 나왔다
우리가 몰랐을 뿐.
사실... 산나비는 게임 내내 나왔다.
초반이고 중반이고 후반이고 뭐고 그냥 계속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대놓고 유저에게 보여줬다.

이 씬이다.
게임 내내 지겹도록 나오고
유저들을 궁금하게 했던 이 장면이 바로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이자.
무의식에 뿌리 박힌
"산나비"이다.
게임은 산나비라는 단어의 출발점.
산나비의 근원을 지속적으로 유저에게 보여줬다.
유저들이 찾아 헤매던 산나비라는 것을
제작자들은 유저들에게 보란 듯이 계속 보여주고 있었던 것.
마치 제작자가 유저를 약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약올림은 소중한 추억인 "산나비"를
복수의 대상으로 세뇌시킨 마고 그룹에 대한 혐오감으로 전환된다.
정말 좋은 미장센이다. 엄청 감탄했다. 식스센스급 반전
금마리
이름 자체가 떡밥이다.

모든 일의 원흉이자
동시에 세계관내 제일 고통받는 안쓰러운 인물.
그녀의 이름을 살펴보자.
금마리
이름의 순서를 조금 바꿔보자.
마리 금
여기서 그녀의 이름을 영어로 또 변경해 보면
마리 골드
출처 : https://hgarden.net/portfolio/marigold/
픽사의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알 수도 있겠지만
마리 골드라는 꽃은
멕시코에선 망자의 날 행사에서 핵심이 되는 꽃이다.

보면 모든 꽃이 마리골드다.

이건 실제 제단
멕시코에서는 마리골드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온다고 생각하며
망자들을 인도하는 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다시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고
망자를 인도한다.
마리골드는 망자를 인도한다.
금마리(마리골드)는 게임 내내 준장(망자)을 도와주며 길을 제공하고 인도한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는 죽은 자의 기억(위에 서술한 기억으로서의 산나비)을 불러내 완성시킨다.
그저 아버지의 기억이 대입된 로봇인지 / 정말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인지 고민하던
마리는 로봇에게서 하모니카를 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그때부턴 주인공은 워커 17287이 아닌 진정한 아버지가 된다.
마치 빈껍데기였던 존재에 영혼이 들어간 것처럼.
(연출도 그렇다.실제로 외형이 워커에서 인간이 된다.)

이로써 플레이어는 그토록 찾던 산나비(잊으면 안 되는 기억 / 하모니카 연주곡 산나비)를 마주하게 되고
준장과 금마리 모두 진정한 형태의 끝을 맞이한 게 된다.
이렇듯 금마리의 이름 자체가
망자를 인도한다는 메타포를 내포하고 있기에
게임 초반부 준장이 죽었다는 것을
플레이어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금마리의 이름자체가 강력한 떡밥이다.
마리골드의 꽃말
마리골드는 사실 품종이 크게 두 개다.
천수국과 만수국
(둘 다 마리골드인데 모양이 좀 다르다.)

천수국의 꽃말은
가련한 사랑 / 이별의 슬픔이다.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수많은 이별의 슬픔을 겪은 마리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메타포를 지닌 꽃말이다.

그렇다면 만수국의 꽃말은 무엇일까?
만수국의 꽃말은 다음과 같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아빠가 죽고 나서 행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옥에서 살았던
마리는 아빠와 진정한 형태의 끝을 맺었다.
그 이후 마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엔딩 쿠키를 보면
이별의 슬픔을 잘 극복하고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군인이 되어
어찌 보면 아버지의 유산인 아버지의 동료들과
행복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행복이 마리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제작자들도 마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그래서 마리골드에 관한 내용은 이게 끝일까?
절대 아니지
마리골드는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은유로써만 작품에 등장하는 게 아니다.
작품에 실제로 마리골드가 나온다.

준장은 마리골드가 피여있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 멀어진다.
여기서부터 나오는 미장센이 굉장히 의도적이면서도 재밌다.

좌측은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우측은 지옥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연출하고
주인공은 그 사이 연옥에 있는 것처럼 표현됐다.
또 다르게 마리골드에 집중해 보면
좌측의 마리골드 계단은 딸 금마리에게 향하는 길이고
우측은 마리에게 멀어지는 길이다.
플레이어는 이 구간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데
좌측이 해피엔딩 우측이 베드엔딩인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제작자는 엔딩의 단서를 미장센으로서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리골드가 다시 망자를 인도하고 있다. "
라고 볼 수 있다.
8살의 딸 / 18살의 금마리
8살의 금마리 / 18살의 딸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갈림길에서 플레이어에게 미친듯이 혼란을 주는 연출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우측으로 가면 18살의 금마리가 보이고

주인공이 좌측으로 가면 8살의 딸이 보인다.
플레이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날 두고 갈 거야?"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측으로 간다면 18살의 금마리가
좌측으로 간다면 8살의 딸이
"날 두고 가는 거야?"라는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과 동시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 부분의 해석은 사람마다 정말 많이 갈릴 것 같은데
본인 같은 경우는
기계로서의 산나비의 제거냐 /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냐 의
갈림길로 생각하고 있다.
우측
8살의 딸에게 간다.
동시에 18살의 금마리를 포기한다.
우측으로 간다면
간접적인 영향이지만 딸의 복수라는 명목하에
프로그래밍된 기계처럼 산나비 제거를 완료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조종하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이 게임은 선형적인 구조다.
게임내내 갈림길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연옥에 오기 전까지는
주인공에게 어떤 선택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딸의 복수를 위해 산나비를 찾기 위해
선형적인 진행을 하게 된다.
자유의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계처럼
그저 입력된 명령에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준장이 움직이는 이유는 딸의 복수 때문이다.
딸의 복수는 준장의 행동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결국 8살 딸의 복수가 간접적이지만 프로그래밍된 코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8살 딸을 선택한다면 기계처럼 개발자의 의도대로
코드를 따라가는 것이다.
8살의 딸을 선택하는 것이
8살의 딸이 게임 내내 말하는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지 않다."
라는 말과 반대로 끝까지 가는 선택이라는 것이
아이러니.
좌측
18살의 금마리에게 간다
동시에 8살의 딸을 포기한다.
좌측으로 간다면
결국 딸을 다시 만나게 된다.
금마리도 지하실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마고시의 자살을 막기 위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지하실로 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것을 위해 이곳에 온 거니깐.
산나비를 제거하기 위해
하지만 어째서인지
우측으로 내려가기 전에
18살의 금마리가 보인다.
(뭔가 찝찝하다.)
이때 만약 처음부터 지하실까지의 선형적인 방향을 파괴하고
역주행한다는 선택을 한다면
기계처럼 프로그래밍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되는 것이고
그때부터 주인공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우측과는 반대로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18살의 금마리를 선택하는 것이
끝까지 가지 않는 선택이라는 것이
아이러니.
결국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프로그래밍된 과거의 기억(8살의 딸)을 선택해서 기계로 남느냐.
금마리와 같이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현재의 기억(18살의 금마리)을 선택해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남느냐
이 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해석이 정말 다양할것같다. 반박시 니말이 맞다.)
P.S.
긴 글 읽어준 여러분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훨씬 더 길게 쓰려고 했는데
제가 구상한 것에 20%도 못썼습니다 ㅠㅠ
원래는 엄청 긴 글로 모든 걸 적어내려고 했지만
근데 그러면 결국 쓰다가 흐지부지되거나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짧게 짧게 올릴 생각입니다.
지금이 1편이고
3~4편 정도 더 나올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의
80%가 남았으니
혹시나마 제 글을 기다려주고 계신 분이 있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We'll Be Right Back
(maybe)